2014/02/21 11:57

angel olsen is the biggest crush nowadays bisbilhotice

어제인가 친구에게 이글루스에 대해 들었다. 자기 선배가 내 이글루스를 알게 되었다고. 음악 취향은 자기와 비슷한데 사람은 이상한 사람 같다고.

생각해보면 이글루스가 무슨 잘못인가 싶다.

카프카는 다 태워달라고 했지만 보여질 수 있다는 책임감도 중요한 것 같다. 어짜피 다 숨기고 살지 못하고 다 숨기고 싶기만 한 것도 아니니까.

나는 나 정도면 만족하지만 남에게 충분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아는 친구가 여자를 임신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도. 늙은이들 사이에 가서 왜 그렇게 연애를 많이 하고 다니라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나처럼 그냥 연애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더 옳은 것 같다고 토론하고 싶다.
그러니까 난 12년에 연애를 했었는데, 너무 내가 부족한 사람이란걸 깨닳아버려서 그리고 연애하다 섹스하다 정이들어서 혹은 애가 생겨 묶여버리는 관계는 싫어서 그리고 가볍게 생각하지 못하겠어서 연애가 두렵다.

그래도 항상 더 나은 사람이고 싶다. 떳떳하고싶다.
이글루스는 내가 스무살이 되었을 때 만들었다. 그 때는 스무살이 되어야만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친구가 없었다. 오늘은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를 봤다. 주인공이 부러웠다. 나는 당한 것보다 행한게 많아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같다. 주인공이 부러웠다. 너는 네가 당한 것을 극복하면 되는 거겠지만 나는 밀양의 살인자 아저씨처럼 혼자 구원받고 싶지는 않다. 죄값을 치러야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잘 용서해주는 것 같다. 4가 나에게 내가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나는 당황했지만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나는 그냥 남을 용서하지 못하면 내가 용서받을 수 없으니까. 내가 용서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

아무튼 이글루스가 무슨 잘못인가 싶다. 이글루스를 공유해버려서 싫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글루스는 그냥 있어왔으니까. 부끄러움이 쌓여가는 것이니까. 남들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이 있는 것 같지만 나는 그 전에 이글루스가 있었으니. 세대가 갈라저 버렸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2010/03/01 04:37

romance

섬에서 평생을 살면 섬밖은 모르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대륙은 섬이 아닌가? 지구의 표피는 바다로 덥혀있고 육지는 모두 섬일 뿐이다. 크기로 대륙과 섬을 구분한다면 그린란드와 호주도 대륙으로 구분해줘도 되지않을까? 어쨋든 나의 우주인 나의 작은 섬 예기를 하자면,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섬은 정말 푸르고 아름답다. 인구는 백명이 되지 않으며 모두가 모두를 잘 알고있고 모두가 착하고 아름답다. 나의 부모님은 이십대 초반에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나는 어린시절 이곳이 너무 싫었다. 나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유년기를 학교에서 보내지 못했고, 외국인과 한번도 대화해본적이 없다. 나는 항상 말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고, 언니네이발관을 들으며 춤을 췄다. 먹을 수 없는 아름다운 식물들을 키웠으며 찰흙으로 존재하지 않는 생물들을 만들며 즐거워했다. 우리 섬에는 주민들을 모두 감당할만한 밭을 가꿀 크기가 되지 않아서 어른들은 밖에서 돈을 벌어 식료품을 구해야 했다. 나의 부모님은 고양이를 사랑하셔서 고기를 안 드셨다. 엄마는 그런 이유로 나를 가지셨을때 전문가 수준의 영양학을 공부하게 되셨고 나는 태아시절부터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은 것이다. 나는 내 생각에는 장애나 정신지체가 없는듯하다. 어렸을때부터 고양이들과 살아온 나는 아무래도 그들을 먹는다는게 이해가 되지않는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셨던 어머니는 내가 열네살때 돌아가셨다. 이미 상자, 야야, 비, 나디아를 잃어왔지만 엄마의 죽음은 독특했다.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해주시던 분이었다.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시던 분이었다. 난 그날 이후로 많이 변했고, 말이 줄었다. 그 날 이후로 아빠는 죽은 엄마몫의 말까지 나에게 건내려고 노력하시는듯 했다. 나는 혼자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말을 못하는 친구들에게 밥을 주는게 귀찮아졌고, 먹을수 있는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식물들은 맛있다. 그리고 그들은 어머니가 없고 자식을 죽음을 슬퍼하지 못한다. 난 마구마구 먹어 아버지보다 무거워져갔다.
그리고 어느날 그러니까 한 이주일 전 나는 이 섬을 나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열살때쯤 엄마가 대려온 미선이가 죽은 날이었다. 그로써 나와 유년시절을 같이 했던 모든 고양이들이 죽은것이다. 내가 이 작은 섬에서 숨을 쉬면서 지구는 벌써 스물다섯번을 돌았고 하드디스크의 노래들은 반테라바이트정도 모였다. 앞으로 한 십년간은 생활비를 하고 남은 돈으로 그 음악들을 사 모으는데 돈을 써야할 것 같다. 아빠는 살을 빼는게 좋을것이라고 말해주었고 모아뒀던 천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건내주셨다. 아빠와 헤어지는 것은 처음으로 연이누나와 섹스를 했을때만큼 두려웠지만 아빠는 언제든지 돌아오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켜주셨다. 아빠는 정말 아름답다. 나는 아빠와 같은 사람이 되어 엄마와 같은 여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일단은 수도에 있는 연이누나집에 붙어 살아야겠지.
연이누나는 아름답다. 그녀의 목소리와 음악은 정말 아름답다. 그녀는 항상 섬의 바깥세상은 토할듯한 음악으로 가득차 귀를 막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연이누나네집에가면 일단 피아노와 컴퓨터, 뮤직플레이어와 이어폰을 사야겠다. 누나는 오늘 오후에 핼리콥터를 타고 온다고했고 어제 저녁엔 이미 섬사람들과 작별파티를 했다. 유일하게 나보다 어린 열여섯짜리 연우는 울었고 나는 매일 메일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제 나는 나간다. 삼년정도는 이 나라에 살다가 호주에서 피아노를 치고싶다. 캥거루는 정말 아름답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2010/02/05 02:49

힘들지만 울지 않고 웃음을 보이는, 길을 걸어가는 한 남자. 혹은 별로 힘들지 않거나. romance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다. 구름 한점 없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왜 난 여기에 있을까? 왜 난 저 푸르른 하늘 한 가운데 있지 않은걸까? 심리학자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과 창작물에서 '도시에서 하늘을 보는 사람은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할수 없다. 삶의 여유가 있다기보단 지긋지긋한거지. 사방이 탁탁 막혀있으니까 뚤린 위쪽으로라도 도망가고 싶은거다. 물론 심리학자가 그런 소리를 했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심리는 정형화 되어있지 않은 종류인것 같으니까.
고등학교를 다닐때 난 한번 머리를 무식하게 탈색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심리학을 전공하셨던 선생님의 말이 사람이 머리를 급격하게 바꾸는것은 마음속에 급격한 변화가 있거나 그런 변화를 갈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때 내가 원하는 것이라곤 탈색된 머리카락색뿐이었다. 그 선생님은 아직 가까운 동네에 살고 계셔서 가끔 시내에서 마주치곤 하지만 슬프게도 그 분은 나를 기억 못하시는 것같다. 나도 나를 기억 못하는 사람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인사를 건내고 안부를 물을만한 성격이 아니라 그 선생님에게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물어볼 기회는 평생 없을 것이다.
여름날 화창하다는 것은 곧 비가 온다는 것과 같다. 여름이 장마철인 이유는 온기로 인해 이 슬픈 세상의 액체화돼 찌들어있던 많은 수분들이 증발해 급격히 구름을 형성해 비로 다시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은 나이가 스물이 넘는 사람들은 벌써 스무번이나 여름을 격어봤기 때문에 대부분 알고 있지만 나는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기위해 교과서가 필요했다. 여름의 폭염과 소나기의 연관성을 어떻게 입시공부를 할때까지 모르고 살았을까.
나는 아직 더 걸어야한다.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는데 이런 경우엔 평소와 다르게 겨드랑이에 털이 안 난다는 사실이 맘에 들지 않는다. 팔의 가장 안쪽의 살과 옆구리의 가장 안쪽의 살이 마찰을 일으키는 이 감각이 정말 싫다. 왜 난 겨드랑이에 털이 나지 않는 걸까. 우리 부모님은 모두 털이 나는것 같은데 어디서 무모증의 유전자를 얻어받은 걸까. 어쩌면 내가 아버지라고 믿는 분이 친아버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고민을 하다보니까 더 파고드는게 이익이 될것 같다. 난 지금 파산직전인 아버지의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되어 거래처에 친목질을 하러가는 것이니까. 전철역에서 가깝다고 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은것 같다. 아니면 내가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것이던지. 우리 아버지가 나의 친 아버지가 아니라면 난 이런 칙칙한 가족대대로 이어오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근데 왜 가족대대로 이어온다고 하는 것일까 분명히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로 이어지는 것 뿐인데. '어머니와 딸은 가족이 아니다' 이런 고리타분한 사고방식때문에 우리 누나는 일찍 시집가서 뉴욕에서 편한 생활을 하고있다. 왜 이 사회에선 남자인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것일까. 나도 누나같은 미녀로 태어났다면 페미니스트따윈 되지 않았고 더더욱 이런 망할(내가 망하지 않게 힘쓰고 있지만) 회사따윈 신경쓸 이유도 없을것이다. 땀을 흘릴 필요도 없었고, 하늘을 여러번 올려다볼 필요도 없었고, 더더욱이 첫사랑이었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얼굴따윈 다시 기억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평소 버릇대로 과거를 한번 뒤돌아본 후엔 미래를 편하게 망상해본다. 난 오늘 남는 오후시간에 나의 슈트와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우산을 하나 살것이다. 당분간은 매일 이소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것이며, 언젠간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주체할수 없는 가벼운 미소가 귀에 걸린다. 나의 미소는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의미없는 사람, 즉 내가 가고 싶은 곳에서 내가 있었던 곳으로 걸어가는 행인을 반응하게 했다.
나에게 눈인사를 건내는 그녀의 소박한 웃음에 하늘이 담겨있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2010/01/19 08:01

헬로우 선샤인 romance

게임 중독자라서 더욱 그런지 모르겠지만, H 이 녀석은 너무 지독하면서도 안이하게 인생을 소비하는 스타일이다.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하기까지 한다. 나와의 관계가 그의 인생에 어떤 중요성이 있을까? 밥도 안하고, 돈도 안 벌어오고, 파리 밥도 안주고 과자랑 맥주만 섭취한다. 가끔 같은 남자와 한번 이상 섹스를 하고 그런 남자를 집에 대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나를 오빠라고 둘러대는 것, 정말 웃기다. 하나 닮은 점도 없으면서. 이름조차 이상한 한국어라서 정식이라는 정석적인 작명을 하신 나의 부모님들과 같은 부모님을 공유할만한 건덕지도 없다.
정말 쓸모없는 녀석이지만 오래 같이 살아서 정이 들어버렸는데, 오늘 이 녀석 내 기네스를 또 마셔버렸다. 얼굴 빨개져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 치민다.
-미안해 오빠꺼 마셨어 일루와 안마해줄께
오늘은 오후에 과장이 프로젝트를 뒤집어 엎어서, 모든 원화들이 다 쓸모없게 되버렸다. 정말 안마고 뭐고 필요없고 미지근한 물을 받아 차가운 기네스를 따라 마시며 목욕을 하고 싶었는데 그 목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마셨으면 사놓던가 렙업만 하고 있어? 똥 마려웠으면 내가 의자 치워야할 뻔했네?
-또 월경증후군인가 보네. 밖에 나쁜일 있을때 나한테 풀지마.
이 녀석은 나를 여자취급한다. 뭐 기본적인 인간사회의 교양조차 없는 녀석인데 뭘 바랄까...


처음 만난 게임은 오랜시간 사랑받는 중세판타지 스타일의 RPG이다. 나는 그때만 해도 대학 졸업반이었지만 그는 아마 이십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길드에서 서포트케릭을 만들어 길드원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는데 그가 들어온 것이다. 남자들뿐인 길드에 실재 여자 게이머에다가 옷을 별로 걸치지도 않은 여캐가 들어오니까 나는 버림받았다. 그는 성직자, 나는 성기사. 분했다. 남자로써 남자들에게 귀여움 받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게다가 그는 나를 다른 길드원처럼 대했다. 꼬리를 쳤다는 소리다. 나는 여자에겐 관심이 없지만 그런 사실은 길드창에다가 할소린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와는 표면적으론 친하게 지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그미가 사귄다고 착각했다. 게다가 그도 은근히 나에게 많이 애정표현을 하고있었고... 솔직히 그는 게임상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그러니까 언제든지 차가워질 수도 있고 뜨거워질 수도 있는 그런 유연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귓속말로 나에게 장난스럽게 구애를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난 그 게임을 접어버렸다.
한 2년후 나는 지금 다니는 게임회사에 취직했는데 그 당시에도 온라인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동양풍의 무림스타일이었는데 항상 같은 아이디로 케릭터를 만드는게 화가 되었다. 어느날 정말 뜻없는 아이디를 지닌 사파케릭터를 눕히고 나니 그 케릭터에게 귓말이 들어왔다. 혹시 R게임에 C길드에서 성기사 키우시던 분? 난 그의 존재를 잊어버린 후라 전 길드인들을 만난줄 알고 반갑게 대했다. 하지만 그 의미없는 아이디의 의미없는 아이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다시 나와 같은 게임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으로 한 게임에서 만난 사람을 다른 게임에서 만난것이다.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관심을 받고 있다. 난 그를 만나서 기쁘다고 예기하고 친구로 지내자고 했다. 솔직히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길드원들의 관심을 앗아간 것뿐이다.
전에는 몰랐지만 그는 23살이며 어머니는 그를 낳다가 돌아가셨고,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는 당뇨로 일을 못하신다. 나라에서 돈이 나온단다. 게다가 어머니의 생명보험으로 주식투자와 펀드를 들어놓으셨던 멋진 아버지때문에 돈 걱정은 없다. 유일한 걱정은 아버지가 합병증으로 장기들이 안 좋아지셔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것이다. 친척들도 없고,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였다. 친척이 없는 사람이 진짜로 존재하긴 하구나. 나는 대학 졸업 후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이후로 독립해서 살고 있다. 그래도 어머니는 매달 꾸준하게 통장에 용돈이라며 주신다. 물론 그런 어머니조차 내가 가끔 집에 가면 거북해하시지만. 이렇듯 정말 우리는 대조적으로 닮았다. 그와 나는 다른 이유로 가족이 많지 않고, 한명은 강아지이고 다른쪽은 고양이이지만 반려동물이 있으며, 게이와 섹스중독자이기 때문에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난 가족들에게 나의 퀴어성을 알리고 조언을 구했다가 관계가 나빠진 이후로 아무에게도 게이라는것을 밝히지 않는다. 그에게도 마찬가지였고.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났고 서로의 이름과 하는 일들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게 되었다. 아끼게 되었고, 서로를 걱정하게 되었다. 그는 내가 나와서 혼자 사는 사실을 너무 걱정하였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독거하고 싶었다고 둘러대긴했지만 하나뿐인 아버지를 간병하기 위해서 대학진학도 포기하고 집에서 텔레마케팅접수일을 하는 그에게는 내가 너무 외로워 보였을 것이다.
많은 날들이 흐르고 그 슬프고 축축한 날이 왔다. 엉성한 나무들의 줄기의 골을 요엄하게 타고 내리는 겨울비가 오는 날이었고, 월급을 받은 날이었으며, 쇼핑을 하는 날이었다. 풋풋한 인디팝 앨범을 3장, EP를 2장과 한달치 초콜렛 또 커피를 들고 집에 왔다. 집앞 계단에 긴 머리를 흐트러트린채 쪼그려 앉아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직감적으로 난 그인걸 알았다.
-H?
그는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며 동시에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아빠가 죽었어.
나는 그를 안아주었고 집에 대리고 들어가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옷을 벗기고 목욕탕에 밀어넣고 울었다. 나의 존재가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되었을때 난 진심으로 감사했고, 그의 혼자됨과 그의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나의 옷을 입고 와서 또 나에게 안겼고 우린 말없이 서로 안고 울다가 잠이 들었다.
그의 부모님은 고아셨고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친구들이라 장례는 고아원 원장님이 도와주셨다. 정말 좋으신 분이다. 지금도 그 아주머니의 웃음만 기억하면 흐뭇해진다. H에게 헌신적인 남편이 되라고 하셨지. 장례식의 분위기를 너무 나락에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적절한 농담을 잘 하셨다.
밤새 울던 그날 이후로 그는 나의 방에 정착했다. 컴퓨터를 가져오고 통장을 나에게 내밀었다. 같이 살게된지 5일만에 섹스를 시도하였다. 결국 그가 술에 취해 음흉한 표정으로 옷을 벗던 그날 나는 게이라는 사실을 밝혀야했다. 그는 그때 아마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만큼 슬퍼했었던것 같다. 첫사랑이었단 말야! 하면서 진심으로 울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같이 산다. 우리는 가족이 되어있다. 그는 가끔 밤에 클럽에가서 바보같은 남자들을 꼬셔 그들과 섹스를 하고 나는 가끔 이태원에가서 게이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정치예기를 하는듯 취미가 다르지만 말이다.
-오빠, 화풀어. 내가 재밌는 예기해줄까?
-응 그래 화 안났어 단지 인생에 기네스하나가 부족한 그런 여성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래.
-비꼬지마. 하하하 오늘 내가 오빠가 게이인거 알게 된지 2년이 되는 날이다 하하하 오빠 처음 본날 생각만큼 못생기지 않아서 피식 웃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하하 근데 내가 오빠 집 어떻게 찾았는지 한번도 안물어본거 알어?
-운명 아니였어? 난 그런거 좋아하는데... 너의 존재자체도 나에겐 영화같아.
-오빠 아이디 비밀번호가 다 오빠 케릭명이더라고 'sunshine21', 내 이름을 케릭터명으로 정한것 부터가 운명이야. 정말 내 이름이 이쁘다는걸 오빠 덕분에 알게됬어. 햇빛이라는 이름 너무 좋아 지금은.
대화가 이어졌다. 별것 아니지만 그에게 특별한 날인 오늘은 대화가 길어질것 같다. 그는 항상 그렇듯이 내가 관심을 보여주면 게임을 끄고 나와의 대화에 집중한다. 게이지만 남자랑 결혼하기는 싫어서 평생 혼자살줄 알았던 나로써는 그가 너무 고맙다. 아무래도 내가 나가서 기네스를 좀 더 사와야겠다. 내일은 어짜피 일요일이기도 하고.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2009/12/30 09:23

3시54분 romance

나는 5살때 납치되었다고 한다. 동물원이었는데, 엄마는 돌고래를 좋아하기도 하고 새엄마이기도 하고 나의 손을 잡고 있기도 했다. 물론 손을 놓은것은 나일것이다. 엄마는 나를 많이 좋아하셨다고하니까. 운이 없게도 그날 같은 장소에는 3살짜리 손녀를 잃은 귀여운 할아버지가 계셨다. 술을 드시고 동물원의 들어오셨는데, 그게 가능하긴 한가? 어쨋든 할아버지는 나를 들고 집까지 대려가셨다. 뭐 별로 위험하거나 범죄적인 것은 아니었고 무엇보다 나는 전혀 기억이 없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님은 그때의 기억으로 자책하시면서, 재혼인생까지 별로인것이다.
 
엄마는 내 친엄마가 나를 출산할때부터 아빠와 알게된 사이인데, 아주 예쁘다. 내가 태어나던 날 엄마는 철없던 남편이 술을 먹고 다리를 삔상태로 집에 들어와 새벽 4시쯤에 그 남자를 대리고 병원을 온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18살의 나이에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것도 중학교때부터 알고지낸 소꿉친구라니. 부잣집 아들딸이라 정략결혼을 하였던 아버지와 나의 친엄마는 4년을 같이살면서도 전혀 정같은게 생기지 않아 내가 3살때 찟어지고, 지금 엄마는 우리 아빠랑 불륜관계를 맺어오다가 결국 전 남편한테 걸려서 많이 맞고 우리 아빠랑 재혼하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4살때 일인데, 엄마는 우리 아빠랑 재혼 후로는 바람 안피는것 같은게 좀 신기하다. 뭐 사실 우리 아빠만큼 돈도 잘벌고 집안도 좋은 사람을 두고 바람을 피울 이유도 없겠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울 엄마는 영화배우를 해도 괜찮을 만한 얼굴이다. 참 부럽게도. 나는 친엄마를 닮아서 열일곱이 될때까지 동성친구조차 별로 없었다. 그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사귀어온 남자들 말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불임이라 난 동생이 없다. 귀여운 남동생을 항상 가지고 싶어했지만 납치사건 이후 엄마는 인위적으로 나를 싫어하게 되셨다. 나를 좋아하면서 동물원에서 돌고래쇼에 정신을 놓고 나의 손도 놓아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드셨나보다. 아빠는 재혼건때문에 할아버지한테 혼난 이후론 예쁜 엄마도 상대 안하고 취미생활에만 빠져들어갔다. 역시 이쁜얼굴도 질리긴 하나보다. 엄마도 안정된 삶을 얻게된 이후로 나무나 기르면서 살고 있고, 그런 이유로 지금 우리집은 거의 대화가 없다. 오늘도 그런 분위기였다.

다리를 삔것이다. 오늘은 자주가는 라이브 클럽 단골 손님들끼리 송년회가 있었다. 세달전에 마지막 애인과 길거리에서 가방을 던지며 눈물 범벅이 되어 헤어진 이후론 처음으로 또래 나이에 남자들을 만나는 것이라 굽을 조금 높게 신고 간게 화가됬다. 술을 못먹는척 넌지시 말을 걸어 보았지만, 역시 그 밴드 기타리스트 자식은 나에게 관심이 없던 것이었다. 솔직히 관객과 눈을 맞추면서 하는 라이브가 기본이라는건 인정 못하겠다. 슈게이징밴드라는 슬로건은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하나? 결국 혼자 좋아했던거였다. 술을 잘 못 먹는척 하다가 정말 술을 너무 과하게 마셔버려서 대리운전을 부르지도 못했다. 내 차는 그냥 홍대에 두고 그 밴드친구들 차를 타고 왔는데 그 스킨헤드 드럼녀석이 나를 집앞까지 대려다 주려고 하길래 괜찮다고 내쳐버리고 계단을 올라가다가 넘어져버렸다. 뒷통수도 아팟지만 수습하려고 헛디딘 발에 힘이 너무 들어가 발목이 너무 아팟다. 기다시피 집에 들어갔는데 아빠는 또 영화를 보고 계신다. 아무리 직책이 높다지만 백수같이 낮밤이 바뀌어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아빠는 나를 보고 혀를 차시더니, 술은 적당히 먹고 다녀야지 하며 와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들어가신다. 차마 다리를 삐엇다는 말은 부끄러워서 못하겠고, 한동안 신발장을 붙잡고 고통스러워 하고있었는데 엄마가 나오셨다.
 "너 니 생일날 있었던 일 다 알고있지?"
   "그럼요."
 "근데 왜 따라하니? 이제 다른 딸로 교대하러 병원에 대려가야하나?"
   "그렇게 은은한 미소지으면서 농담하시니까 좀 싸늘하네요"
 "장난이긴, 나도 나닮은 귀여운 딸 가지고 싶다구"
   "엄마... 술취해서 솔직하게 말하는건데 난 엄마 안 미워해요. 사실 기억도 안난다구요. 20년전 일같은거"
 "나도 너 안 미워해. 가자. 부축해줄께"

엑스레이를 찍으면서 생각했다. 다리가 삔것 가지고 꼭 병원을 가야하나? 어쩌면 엄마는 그 소꿉친구 전 남편을 정말로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 한심한 남자의 다리가 걱정되서 병원까지 대려온 것이고. 결국 5년동안은 사랑했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것은 나도 지금 사랑받고 있는 것이고. 5년동안 좋은 남자친구를 못 구할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있어 안심이 된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엄마가 다른 남자랑 예기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엄마가 아빠랑 이혼을 한다면 할아버지는 아빠가 재혼하는것을 원하실탠데 그렇게 되면 호칭은 어떻게 되야하는걸까. 나를 낳아준 엄마는 친엄마고 지금까지 나를 키워준 엄마는 이제 엄마가 아닌 전 엄마가 되고 새로 들어올 아줌마는 새엄마라 불러야하나? 고민하다보니 엄마와 그 남자가 내쪽으로 온다. 흠. 아빠였구나. 영화나 더 보시지.
  "이미 굵은 발목을 더 붓게 만들어 온거였냐. 술만 먹은줄 알았더만"
   "다 큰 딸 술 취했다고 은근슬쩍 머리 쓰다듬은것 기억할 정도로 멀쩡해요"
발목을 건드리다니. "아파" 아빠도 참. 발목은 아프지만 세번째 엄마가 생기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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